어떻게... 살다 보니 대학에 가긴 가게 된 장O윤입니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공부를 아예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피 터지도록 열심히 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3등급이라는 대학가기 정말 애매한 점수를 갖고 고3이라는 벼슬 아닌 벼슬을 달게 되어서 얼떨떨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제도권 교육에 대한 회의감이 많았어서 ‘반만 가자’라는 생각으로 애매하게 대충 살았던 것 같은데, 내게 남은 기간이 몇 개월 남짓이라면 그 시간만큼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보자는 마음으로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제가 논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첫째, 제 분수보다 두 단계는 높은 대학을 쓸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둘째, 어쩌면 이 전형이 불편부당한 제도권 입시에서 가장 거리가 먼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일의 개인적 긴장감이나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정시, 적성고사 등과 달리, 논술은 온전한 서술형 방식의 평가방법이기 때문에 시험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저에게는 정말 좋은 전형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논술로 서울시립대에 합격했다는 동아리 선배에게 연락을 해 선배가 다녔던 학원을 물어봤고, 프로세스 학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수업을 들었던 선생님은 진승모 선생님입니다. 진승모 선생님은 5월 개강반, 논술 A반 등 정규 수업부터 성신여대, 건국대, 인하대 등의 대학별 파이널 수업을 지속적으로 들어왔던 선생님입니다. 우선 목소리가 크셔서(...) 잠 올 일이 없습니다. 그만큼 청각적으로도 수업 내용이 잘 들어온다는 소리입니다. 이에 더불어 진승모 선생님은 칠판에 내용 판서를 꼼꼼하게 해주시는데, 이 때문에 강의시간에 수업 내용을 놓치지 않게 되고 머릿속으로 더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수업 중간에 질문을 하시거나 대답을 요구하시면서 내용 이해를 확인하시고, 학생들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도 하셔서 보다 깊은 수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삶은 주체적으로 영위해야 할 테지만, 학원 안에서는 선생님들이 하라는 것만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영혼까지 짜내서 1교시 동안 답안을 쓰고, 2교시 동안 해설을 모두 빠짐없이 이해하겠다는 마음으로 강의를 듣고, 집에 가서는 복습과 리라이팅!!!을 해야 합니다. 해설을 듣고 나면 문제를 다 이해했다는 착각이 들지만 리라이팅을 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는 정말 크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뇌는 밑 빠진 독이기 때문에 복습이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리라이팅 첨삭을 받을 때 지적받을 부분이 하나도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뼈를 갈아 썼는데, 그것이 실력을 기르고 논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학원에서 주는 해설 자료는 정말 금같이 여기시고... 뉴런에 문신처럼 박힐 때까지 정독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정확하고 깔끔하고 좋은 자료가 또 없습니다...

제 모교는 학교 차원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논술을 쓰는 사람은 이방인 취급을 당했고, 6논술은 외계인 취급을 당했습니다... 하여튼 제가 그 외계인이었는데, 학교 선생님, 친구들의 우려와 달리 합격을 하긴 했네요... 논술은 도박이라는 말에 너무 현혹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꾸준히 준비만 한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는 전형이고, 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최저기준을 적용한 실질 경쟁률은 웬만한 학생부종합 전형과 경쟁률이 비슷합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사람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19년 수능이 불수능이었다는 말을 증명하듯 저를 포함해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정시에서 처참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정시에만 목숨 걸지 마시고 논술에라도 분산투자하세요... 저는 논술이 도박이라는 말은 믿지 않지만, 정말 그렇다면 그 도박에서 잭팟 맞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