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4학년도 수능을 본 재수생입니다. 전년도 수능보다 점수 향상을 이루어 올해 서울대 정시에 도전해 볼 수 있게 되었고, 정시 논술 대비를 위해 12월부터 프로세스 논술 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재수 기간에도 타 학원의 논술 강의를 들었으나 적극적인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재수를 하는 이상 수시보다 정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논술 공부를 소홀히 했고, 연세대 수시 논술 역시 낙방했습니다. 논술 실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시 논술 준비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규반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 기출 문제를 풀 때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제한시간 내에 주어진 분량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원에서 답안 완성을 위해 제한시간 외의 여유 시간을 충분히 주는데도 저는 시간이 모자랄 때가 많았습니다. 시험장에서도 시간 부족으로 답안을 완성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주 불안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원인을 생각해보니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답안의 내용을 고민하는 시간이 긴 것, 개요 작성을 지나치게 길게 하는 것, 개요를 답안으로 옮겨 적는 시간이 긴 것이었습니다. 시간 내 답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막아야 했습니다.

우선, 제시문 독해 및 답안 구상의 시간은 되도록 줄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시간에 쫓겨 제시문을 곡해하거나 답안의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미완성보다 위험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문제 풀이에 최대한 집중해서 불필요한 시간을 없애고자 노력했습니다. 다음으로, 개요는 핵심 위주로 간단히 작성하는 방향으로 바꾸었습니다. 저는 지나치게 상세히 개요를 작성하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시간이 들었습니다. 시간 단축을 위해 개요는 답안 구조를 잡고 큰 줄기의 내용만 간략히 적는 것으로 했습니다. 끝으로, 답안 작성 시간을 줄이기 위해 문장을 간결하게 적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글 쓰는 학생 입장에서는 문장이 짧으면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 수 있으나, 문장이 길수록 비문이 되기 쉽고 전달력도 떨어집니다. 저는 연결어와 지시어 사용을 통해 짧은 문장의 나열이라는 어색한 느낌을 줄이려 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시간 내에 답안을 완성하려고 노력했지만, 파이널 때까지도 시간이 부족할 때가 종종 있었을 만큼 저에게는 단번에 고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모의고사와 리라이팅을 통해 시간분배 연습을 한 결과, 실제 시험에서는 시간과 분량을 모두 지킬 수 있었습니다.

답안 작성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학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해제 강의를 통해 다각적·심층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학원 선생님들의 토의를 거쳐 나온 해제는 학생 수준에서 단시간에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무리해서 수업 내용 전부를 제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그러한 사고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또 수업을 통해 반론·재반론의 방법을 배우고 이를 답안에 적용하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답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수업을 통해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반론·재반론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프로세스 논술학원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학생마다 담당 첨삭 선생님이 배정되어 있는 점입니다. 선생님께서 학생 개개인의 실력과 특성을 파악해서 지도해주시기 때문에, 자신의 장단점을 알 수 있어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 정규반 수강 후 잠시 쉬었다가 중반부터 파이널 수업을 들었는데, 정규반 때와 같은 선생님께서 첨삭을 맡아 주셔서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논술 사교육의 경험이 없었고 지원했던 모든 수시 논술 전형에서 불합격했었습니다. 그런 트라우마(?) 때문인지 재수 때도 논술 공부를 등한시 했던 편이었습니다. 그만큼 논술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학원을 통해 서울대 논술을 준비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일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었습니다.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좋은 학원과 선생님들을 만난 덕분에 논술 시험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한 달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좋은 수업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시험 전날까지도 꼼꼼히 첨삭 지도 해주시고 격려 많이 해주셨던 정지혜 선생님께 가장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