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유럽문화학부 일반 전형 합격

김O수 학생(명덕여고) 논술 합격 후기

 솔직히 나는 논술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고 3때 본 모의고사 점수는 모두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나는 정시로 충분히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논술은 있으나 마나하는 존재였다. 수시 카드를 쓸 때, 6군데 모두 논술전형으로 썼지만 난 속으로 ‘난 정시파야. 저 논술 시험들을 보러 갈 일은 없을 것이니까 크게 신경 쓰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망의 수능 날, 난 죽을 쒔다. 그동안의 모의고사 난이도를 생각하고 수능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다. 그 결과는 처참했고 내 앞길은 막막해졌다. 간신히 수시로 지원한 대학의 최저등급을 맞출 수 있었고 수능이 끝나고 2주간 나는 내가 그렇게 무시했던 논술에 올인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참 거만했다. 내 옆, 앞, 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나보다 훨씬 전부터 논술 공부를 열심히 했고 학원에서 내준 Re-writing 숙제도 꼬박꼬박 해갔는데 나는 이제야 정신 차리고 매달리는 꼴이 아닌가.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제까지 다져왔던 논술 실력을 따라잡고 뛰어넘어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했다. 그런 마음이 생기니 평소엔 중구난방으로 써지던 글이 점차 모양이 잡혀갔다. 예전엔 논제도 한번만 읽고 바로 지문 읽고 생각할 시간도 없이 써내려갔다. 그러니 글은 논제와 엇나가고 쓸데없는 말로 분량을 채우기 일쑤였다. 먼저 논제를 계속해서 읽으면서 ‘개요’를 짜봤다. 어떻게 글을 쓸 것인지, 얼마만큼의 근거를 붙여줘야 하는지, 분량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등을 3분 안으로 정리했다. 그러고 나서 지문을 읽으니 내가 어떤 지문에서 어떤 부분을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써야겠다는 것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그동안의 수능공부와 논술공부로 인해 독해실력이 향상되었고 따라서 지문을 이해하는 수준이 높아졌다. 그로인해 지문을 따라하지 않으면서 나만의 언어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논술 수업까지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제한시간이었다. 첨삭을 받느라 놓친 10분은 언제나 선생님이 추가 시간으로 주셨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나에게는 항상 120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집중력’이었다. 아무리 쉬운 지문이어도 내가 집중을 하지 못하면 눈앞에 놓인 논제의 답이 보이지 않게 되고 계속 같은 부분에서 헤매게 된다. 나는 지문에 ‘몰입’하면서 집중력을 키웠다. 내가 읽고 있는 지문이 지루하고 따분한 글 덩이가 아니라 한편의 소설을 읽듯이 그 내용에 빠져들면서 읽었다. 나는 평소에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그 방법이 의외로 잘 먹혔다. 그렇다고 너무 빠져서 한 지문에만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곤란하다. 그리고 내가 중대 시험을 칠 때 다른 대학 시험과 달랐던 점은 ‘검토’다. 다른 논술 시험은 답을 쓰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가 자연스럽게 흐름에 맞춰 썼는지 확인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대는 그럴 시간이 확보가 돼서 내 답안의 전체적 흐름을 고쳐 잡을 수 있었다. ‘검토’밑줄 쫙! 동그라미! 별표 빵빵!! 또한 볼펜으로 논술을 쓰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 나는 항상 샤프로만 연습해서 경희대 같이 볼펜으로만 답안 작성이 되는 학교에서 애를 좀 먹었다.

 나는 솔직히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다. 대학별 Final까지만 해도 내가 쓴 답은 선생님이 설명해 주시는 답안과 거의 맞지 않았고 첨삭을 받으면 고쳐야 할 빨간 부분이 수두룩했으며 항상 논술이 끝나고 집에 갈 때 내 기분은 좋지 않았다. ‘내 옆에 친구는 쉬지도 않고 써내려가고 저 친구가 쓴 것은 매번 우수답안에 나오고 이 친구는 벌써 오늘 논제 다 쓰고 첨삭 받은 것 re-writing 하고 있고.. 내가 이 사람들 사이에 껴서 논술로 대학 합격할 수 있겠냐..’ 답은? 합격할 수 있다. 내가 산 증인이다. 나도 합격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나보다 더 노력한 친구들은 당연히 합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앞으로 고3의 전쟁을 치룰 나의 후배들에게 절대로 수능에 혹은 수시에만 올인 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모의고사 점수가 잘나온다고 논술 무시하다가는 나처럼 막판에 후회하고, 모의고사 점수 안 나온다고 논술에만 올인 하면 최저 못 맞춰서 논술시험 아예 못 보러간다. 아직 대학생활을 안 해봐서 ‘핑크빛 캠퍼스 라이프’ 이런 기대는 심어주지 못하지만 확실히 논술로 (혹은 다른 전형의 수시로) 붙으면 마음은 진짜 편하다. 그런 편한 마음먹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후회 남지 않을 만큼 공부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