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서양사학과 일반전형 합격

이O림 (포항제철고) 학생 합격 후기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수시모집 일반전형 서양사학과에 합격한 이O림이라고 합니다. 불과 세 달 전에 엄청 긴장하면서 수시원서를 썼었는데 이렇게 합격해서 수기를 남기게 되다니 느낌이 이상합니다..ㅋㅋㅋㅋ 저는 다른 학교에도 수시지원을 했지만, 가장 가고 싶었고 가장 열심히 준비한 서울대학교 일반전형에 대비한 과정에 대해서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2학년 겨울방학 즈음에 서양사학과를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수능 선택과목이 한국사와 동아시아사인 것처럼 평소 역사를 좋아했고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우진 않았지만 그와 관련한 책을 꾸준히 읽으며 생활기록부에 기록했었습니다. 성적에 맞춰서라기 보단 그냥 제가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학과를 정한 뒤 2학년 겨울방학 때 자소서 초안을 잡았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ㅋㅋㅋㅋ 그다음 3학년 1학기 때는 내신공부만 죽어라 했습니다. 일단 서울대는 1차에서 2배수를 뽑는데 여기에 들기 위해서는 내신이 좋아야 된다는 말을 듣고, 1학기 때는 자소서니 이런 거 다 내버려두고 내신만 팠습니다. 그 결과 내신이 상승곡선을 그리진 못했지만 유지는 했고 지금 생각해봐도 내신공부에 집중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음..많은 사람들이 자소서나 생기부 준비를 3학년 되자마자 빡세게 하시는데 제 생각으로는 일단 3학년 1학기까지 내신을 잘 갖추어 놓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ㅠㅠ 3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시 준비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기말 끝나고 자소서를 썼는데 진!짜! 오래 걸렸습니다. 사실 제가 낸 최종 자소서는 서울대 접수날짜 3일전에 처음부터 싹 다시 쓴 내용이었습니다ㅠㅠ 필력의 문제라기 보단, 그 짧은 문단 안에 어떻게 나라는 학생의 특징을 모두 담을 수 있는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1번문항이 가장 쓰기 어려웠고 3번과 4번은 그나마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교육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그냥 저혼자서 쓰고 담임선생님께 검사 맡고 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수능치고 그 다음날 1차합격한 걸 보자마자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프로세스 학원에서 서울대 인문/사회 심층면접 수업을 6일 들었고, 매일 세 시간 수업이었는데 두 시간은 모의면접을 진행했고(문항 수는 3문항이었습니다) 한 시간은 박진규 원장님 해설강의를 들었습니다. 솔직히 수업 듣기 전에는 도움이 될지 미심쩍었는데 확실히 듣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첫날 제 모의면접은 완전 엉망이었어요. 그냥 생각해서 말하면 되겠지 라고 안일한 마음이었는데 막상 모의면접을 해보니 횡설수설하는 경향도 많았고, 말하는 중간에 너무 많이 웃는다는 제가 모르는 말하기 습관도 발견했습니다. 다행히도 고쳤지만요..ㅋㅋㅋㅋ 첫날 수업을 듣고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매일매일 그날 학원에서 내준 문제지에 있는 모든 문제를 해설지와 함께 정리하고, 노트필기하는 것부터 타이머로 시간을 재면서 혼자서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혼자서 말하는 연습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말하다가 버벅거리면 짜증도 나고요..ㅋㅋㅋ 그래서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저는 그때마다 서울대에 합격한 제 모습을 그리면서 한 번도 연습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원에서 나눠주는 해설지 꼭!! 복습하세요. 나와 다른 관점을 비교할 수 있어서 좋고 예시도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말하기 연습을 끝내고 남은 시간에는 ‘행동경제학’과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습니다. 면접 전까지 ‘행동경제학’은 한 번, ‘정의란 무엇인가’는 두 번 읽었습니다. 

음..심층면접문제를 연습하다 보면, 보편적 윤리를 베이스로 한 내용이 많더라구요. 평소에 윤리와사상을 공부하신 분이라면 도움이 많이 되실 것 같아요. 저는 윤리와사상 선택자가 아니었지만..ㅋㅋ 그래도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그런 개념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읽으니 도움이 되었습니다. 면접 전날에도 역시 그날 학원에서 모의면접한 제시문을 전부 연습하고, 남은 시간에는 지금까지 푼 문제 중에 어려웠던 몇 가지를 다시 말해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저는 특히 통계나 표와 관련된 문제가 좀 어려웠습니다. 

 면접 볼 때는 별로 떨리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학원에서 맨날 연습하던 게 이래서 좋았던 것 같아요. 학원에서 모의면접 할 때랑 준비과정이나 시간, 제시문 형태가 굉장히 비슷했거든요. 실제로 제시문 내용은 학원에서 풀던 문제보다는 훨씬 쉬웠던 것 같습니다. 아까 말한 혼자 말하기 연습을 할 때 타이머로 시간을 체크했기 때문에 면접장에서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사례까지 정리한 상태로 면접고사실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도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리한 그대로를 말씀드릴 수 있었고 중간에 농담 비슷한 얘기도 해서 분위기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안 무서우시고, 평소에 서울대 서양사학과 홈페이지에서 사진으로만 뵀던 분들이 저랑 얘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제겐 영광이었습니다. 

 합격하고 나서, 정말 기뻤습니다. 그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니까요. 아무튼, 1차 합격 후 프로세스에 등록해서 면접수업 들은 건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사실 고민하다가 그냥 혼자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그것보다는 그냥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실제로 피드백이 활발해서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 수업 듣고 나서 남는 시간에 모든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연습하세요. 노트필기부터 끝까지 완전히 면접처럼 연습하실수록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