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는 중학교때부터 간직해왔던 제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고3시절 제 인생에서의 최악의 슬럼프가 왔고 그 결과 제 현역때 수능인 10수능을 말아먹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 제 성적은 중앙대학교도 못 갈 성적이었으니...... 짐작이 가실겁니다. 재수를 마음먹고 2010년 한해를 마이맥강남대성학원(강남대성학원을 들어갈 성적이 안돼서ㅠㅠㅋ)서 공부하였습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정말 경상도 말로 쌔가 빠지게 공부했는데......아쉽게도 수능성적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언어가 제 발목을 잡은 것이지요. 제 성적은 언어 85, 수리100, 외국어97, 사탐-윤리50,국사50,근사50,정치39(이때 1등급 컷이38이었습니다ㅎㅎ), 제2외국어(아랍어)50이었습니다. 정말 점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언어만 아니면 완벽한 점수입니다. 진짜ㅠㅠㅠ 우리 집안은 완전 패닉상태였지요. '언어를 이렇게 배려먹었으니 연고대는 물 건너갔다.' '서성한 라인을 알아봐야한다.'이런 암울한 반응들 때문에 저도 죽고만 싶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상담으로 알아본 결과 '연고대가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대는 가능하다!'는 역설적인?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는 연고대와 달리 사탐4개와 제2외국어까지 다 보기 때문에 제 언어점수가 어느 정도 커버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좋다! 서울대에 도전해보겠다.'고 마음먹고 서울대 논술준비를 하러 하이퍼학원에 갔습니다. 12월1일부터 개강이었는데 개강첫날부터 저는 의욕적으로 수업을 듣고 복습을 했습니다. 제가 작년에 수능망치고 '그래도 서울대 논술은 한번 공부해보자!'하면서 하이퍼에서 서울대 논술 12월반을 수강했었는데 그때의 기억들이 조금조금씩 되살아나서 논술에 자신감이 점점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박진규 선생님의 수업! 크...진짜 뇌 전체를 뒤엎어버리는 사고!!! 전 진짜 박진규 선생님의 수업에 완전 도취되어있었습니다. 박진규선생님이 3번째 수업때인가?에 아프셔서.... 전 한동안 그런 정신적 황홀을 느낄수 없다는 좌절감에 학원을 빠져먹기도 했습니다ㅠㅠ 이런건 수기에 적어도 될런지 모르겠는데ㅠ 박진규 선생님의 수업을 계속듣기 위해 김실장님한테(김실장님 정말 고맙습니다ㅠㅜ) 부탁해서 박진규 선생님 수업 로테이션에 따라 수업을 들었습니다.ㅎㅎ 박진규샘 해바라기였던거지요ㅋㅋ 하지만 박진규 선생님의 감동적인 수업만 있었다면 전 서울대에 합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 첨삭샘이었던 최영재선생님.(저한테는 선생님이기도 하시지만 형님에 더 가까운ㅎ 실제로 형님이라고 부릅니다ㅋㅋㅋ)께서는 서울대 법대를 나오시고 서울대 로스쿨에 합격하신 분이신데 로스쿨 학생답게 칼같은 논리로 제 사고에 문제점을 개선해주셨습니다. 정말 첨삭선생님으로도 완벽한 분이시지만 저에게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논술 준비하는 기간 중간중간에 고3때의 슬럼프가 엄습할 때 마다 최영재 형님은 저에게 진심어린 위로로 저를 안정시켜주셨습니다. 논술 치기 전날에는 극도로 긴장한 저에게 서울대 마크가 새겨진 초콜렛을 주시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고 넌 또 실력도 되니까 평상시대로만 쳐라"고 말해주셨는데, 이 말은 어떻게 보면 진짜 평범한 말인데 저에게 굉장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서울대 논술 시험 당일날..... 정말 수능시험장보다 더 긴장되는 그 분위기...... 으..... 생각만해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분위기인데....... 그런 분위기가 압도하는 상황에서 제1교시 문항1번 시험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는 거의 테러에 가까운 미친 문제였습니다. 일단 글자수 제한부터 없고 제시문은 A4 8페이지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캐플러???의 행성법칙에 대한 글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패닉상태에서 저는 정신을 바짝차리고 '이 시험은 나만 이렇게 당황스러운거 아니다. 솔직히 내가 이 문항1을 잘 칠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말아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기본 점수만을 받기위해서라도 칸은 다 채우자'고 마음먹고 800~900자, 1000자 정도로 소설을 두편 지어냈습니다ㅎㅎㅎ. 1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에는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논술을 얼마나 했는데! 나도 실력있는데! 왜 이런 문제가 나와서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것이냐고!!!! 왜 왜 왜!!!'라고 생각하면서 분을 삭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 감정은 곧 문항2,3에서 내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전환되었습니다. 점심은 안중에도 없고 빨리 2교시에서 1교시에 망한 것을 만회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시험지를 받는 순간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지요. 드디어 2교시 시험지를 받았는데.... 이것도 장난이 아니던데요ㅎㅎㅎ 무슨 도표랑 통계자료를 막막막 주고 글을 써라는데.... 평상시 같았으면 포기했을 그런 문제였지요. 근데 갑자기 정신이 버쩍 들더라고요. 그리곤 머리가 이상하게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그 도표들이 다 뭘 말하는지 알겠고 그 도표에서 뭘 뽑아내서 어떻게 써야겠다는 게 머릿속에서 빗발같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는 연습장한쪽에 개요를 5줄도 안쓰고도 총 2700자의 글을 빛의 속도로 써내려 갔습니다. 그렇게 문항2를 쓰니까 1시간 25분이 지났더군요...(이건 정말 기적이었습니다!)그래서 여유롭게 화장실에서 소변 한번 누고 문항3을 풀었습니다. 문항3은 두 고전소설 문학을 제사하면서 두 제시문에서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쟁점을 각각 도출해서 자신의 견해를 표풀하는 것을 요구하는 문제였습니다. 두 번째 제시문은 재수시절에 언어선생님이 다뤄주신 고전소설이어서 정말 정말 운이 좋게 쟁점을 쉽게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쟁점을 도출한 후 나의 견해에 관한 논지와 반론 재반론을 생각해내야 했었는데....와.....그날 논술 크리가 제대로 작렬했죠. 별 힘을 들이지도 않고 쉽게 생각이 갑자기 팍팍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개요짤 새도 없이 1600자 글자수 제한문제에 단숨에 2000자로 답을 서술했습니다. 글을 다 적고 글자수를 넘기면 감점이 된다는 사실이 생각나서 필요없는 부분을 지워 겨우 1700~1800자 정도로 분량을 맞췄습니다. 그렇게 다하니까 15분 정도 시간이 남더라고요.ㅎㅎㅎ 그래서 이때까지 쓴글 한번 쫙 읽고 표현이 어색한 부분이나 맞춤법 틀린 부분 다듬으니까 시험이 종료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드디어 끝났구나!!' 이런 생각보다는 '내가 쓴 것이 맞는가?'라는 걱정만 들었습니다. 나름 괜찮게 썼는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도 말이죠. 문항1을 말아먹은 상태에서 문항2,3둘다 B+이상의 수준의 글이어야지 합격을 기대할 수 있는데..... 그렇게 조마 조마 3주 동안 발 못 뻗고 자다가 1월 31일 오후 6시때 집에서 혼자 컴퓨터를 키고 '합격'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전 괴성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여하튼 저는 이렇게 서울대에 들어가게 됩니다ㅎㅎㅎ 지금 그 웅장한 관악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을 제 모습을 상상하면 잠이 안옵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