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건만, 서울대학교 합격 발표가 났던 2월 1일이 벌써 아주 오래 전처럼 느껴집니다. 서울대 발표가 나고 하이퍼 논술에 연락을 드렸더니 축하와 함께 합격 수기를 써달라는 문자가 왔네요. 합격자의 특권이라고 여기면서 쓰겠습니다.

저는 수능을 친 후 하이퍼에 다니기 전까지는 논술을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하이퍼에 갔을 때는 난감하기 이를 때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하이퍼의 노하우와 논술을 쓰는 보다 바람직한 방식들을 더 잘 흡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이퍼 논술의 전체적인 특징이자 강점은 여러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수업을 해 각 선생님들의 다양한 강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도 수업의 기본적 얼개는 통일해 수업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는 것과, 선생님들끼리의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유연하고 빈틈없는 논증을 해내고 수업의 질을 고양시킨다는 점입니다.

제가 하이퍼의 수업을 처음 들은건 고대 수시반에서였습니다. 수능을 망쳤다고 생각해서 고대 논술을 가려고 5회차 단기 속성 고대반을 갔는데요, 그 때 수업을 하신 분이 최성호 선생님이셨습니다. 최성호 선생님은 (모든 선생님들이 친절하시긴 하지만 특히나 더) 친절하게 사소한 질문에도 답을 해주시고 기초적인 것들도 반복적으로 설명해주셔서 좋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고대는 수리 때문에 떨어졌습니다만, 최성호 선생님이 문단을 나누고 요약하는 요령을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알려주신 덕분에 기초가 부족한 저도 서울대 반에서 헤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고대 불합격 후 다닌 서울대 반에서는 박진규 선생님께 수업을 들었습니다. 박진규 선생님은 선생님 스스로도 말씀하셨듯 구체화보다는 일반화에 더 강하시던데요, 일반화보다는 구체화에 훨씬 강한 저는 박진규 선생님을 일찍 만난 덕에 약점이였던 일반화를 어느 정도 보강할 수 있었습니다. 박진규 선생님은 수업의 강점은 논제에 끼워 맞춘 논리보다는 일반적 원리를 가르쳐 주시는 점입니다. 'P→Q' 명제로 정리되는 원리 수업을 통해 어떤 제재가 나오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사고를 통해 유연한 사고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 파이널 반에서는 김현탁 선생님과 민시영 선생님께 수업을 들었습니다. 김현탁 선생님은 (제 생각에는) 박진규 선생님과는 반대로 일반화보다는 구체화에 좀 더 강점이 있으신 것 같은데, 사고 과정을 따라가는 수업 진행을 통해 마치 낚시를 하듯 다양한 사례들을 건져올리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였습니다. 듣고 있으면 가상의 마인드 맵이 그려지는 수업이였고, 사고 과정과 함께 흘러가는 수업 덕에 복습할 때 가장 기억이 쉽게 나는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제가 생각지 못했던 사례들도 여러가지 등장해 일종의 창의성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수업을 들은 분은 민시영 선생님입니다. 민시영 선생님의 수업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민시영 선생님은 혹시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지루하지 않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수업이 지루할 경우 수업 내용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 뭔가 흘려 듣는 것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민시영 선생님의 수업은 속도감이 있고 그 논제에 맞는 농담이 섞여 있어 지루하지 않습니다. 저는 앞서 들은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은 장담할 수 없지만, 민시영 선생님의 수업 내용에서 제가 빠트린 내용은 없으리라고 감히 장담할 수 있습니다(그렇다고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이 지루하다는건 아닙니다). 민시영 선생님은 중요 내용과 골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설명하는 방식의 수업을 하시는데요, 덕분에 복기 시에 정리가 잘 되고 빼먹는 것이 없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족인 듯 하지만, 민시영 선생님이 서울대 논술 시험날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밥을 사주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하신 것 감사했습니다.

수업을 받았던 선생님들 외에도 제 논술 첨삭을 해주셨던 정호중 선생님도 감사했습니다. 학생들을 혼내는 첨삭 선생님들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정호중 선생님은 제가 말도 안되는 답안을 내더라도 '그럴 수도 있다'라고 말씀해 주시고, 이상한 질문을 불쑥 하더라도 고심해서 답변해주셨습니다. 언제나 제게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시고 챙겨주셔서 논술 시험장에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이젠 제 시간 안에 써야하는데'라는 말로 저를 자극하셔서 엄청난 스퍼트(?)를 이끌어내신 강 실장님과 죄송스럽게도 성함을 잘 몰라 앞에 포함시키지 못한 선생님 두 분(왜 수업 처음 하실 때 성함을 알려주지 않으시는 걸까요), 서울대 시험 전날 '국가와 종교'등의 논제에 대한 몇몇 질문을 받아주신, 마찬가지로 성함을 모르는 첨삭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타 논술 학원을 다녀보지 않는 관계로 비교 분석은 못하겠지만 저는 하이퍼를 다니면서 한번도 하이퍼를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는 말은 할 수 있습니다. 단기간의 수업만으로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에는 여러 선생님들이 자신들의 강점을 통해 두서없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훈련시키고, 쓴 글을 몇번이고 꼼꼼하게 첨삭해주는 하이퍼의 공이 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은 피곤하긴 했지만 하이퍼의 선생님들과 함께 논리력을 쌓아가고 평소 별로 해보지 못했던 깊은 사고를 해보는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