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합격수기

윤0지(분0고)

연세대 사학과,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논술 합격

안녕하세요! 저는 논술 전형으로 연세대 사학과,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와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에 모두 합격하고 졸업을 앞둔 분0고등학교 3학년 윤0지입니다.

지난 2019년 첫 겨울, 정규반이 개강하고 나서 한 달 정도 늦게 논술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바로 프로세스 학원 문을 들어섰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당시 저는 입시 논술 전형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이 무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데스크 선생님이 성적에 따라 배정해주신 S반에 일단 등록하고 첫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제대로 된 글쓰기 연습이나 경험 없이 무작정 첫 논제에 대하여 마음대로 글을 써냈고 다음 수업에 받은 첨삭은 처참했습니다. 논술 답안을 쓸 때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나는’과 불필요하게 많은 부사어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논제에 부합하지 않는 서술과 두서없는 흐름 등... 완벽하게 틀린 답안이었습니다. 첨삭 조교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지난 주의 제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던 이 기억은 잊혀지질 않습니다.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교실로 들어가 친구들의 답안을 흘깃 둘러보니 다들 한 달 정도 먼저 연습을 해서였는지 저를 제외하고 다들 이미 답안을 잘 써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수업 초반 다른 친구들의 우수답안을 보며 자괴감에 빠졌을 때쯤, 민시영 선생님께서 아직 겨울이고 정규반 수업이 끝나면 많이 나아질 것이며, 우수 답안에 오른 학생들을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때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친구들의 우수답안은 내 공부를 위한 자료일 뿐이지, 나의 지금 실력에 대한 비교 대상이나 합격 여부를 가를 기준은 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논제 풀이 과정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나 또한 선생님의 예시답안과 최대한 유사하게 쓸 수 있도록 필기에 집착하기보다는 표 풀이나 사고 과정에 주목하여 같이 생각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하여 선생님과 함께 깊은 사고 과정을 거쳐보고 수업 후에 혼자 복습할 때는 주로 해제를 보며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체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논술을 배운지 두 달이 지나갈 때쯤 어느 정도 논제를 푸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으나 시간 안에 답안을 완성하는 것이 힘들어졌고 문장을 구사하는 필력이 오히려 망가진 것 같은 과도기 속에서 내신 기간으로 인해 논술 공부를 쉬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개강과 또 다시 내신 기간을 거치는 동안 제 글쓰기 실력은 제자리 걸음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입시의 본질인 수능 공부와 내신 성적을 챙기면서 논술 공부에 해이해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자, 여름방학 정규 수업이 개강하고 교실에서 낯선 얼굴의 친구들과 한 살 많아 보이는 대학생 선배들이 보이자 새로운 불안감과 시간이 전처럼 많이 남지 않았다는 긴장감 속에서 그제서야 논술 공부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예시 답안과 다른 제 글의 구조를 뜯어 고치기 위해서 한 답안의 필사 연습을 3~4번 정도 하니 비교·분석과 같은 유형은 확실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그때 역시 다른 교과목 공부와 마찬가지로 논술 또한 반복만이 방법임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글을 쓸 방향조차 모르겠는 문제는 예시답안을 틈틈이 읽어보거나 필사를 해보며 다음 수업에 답안을 쓸 때 기억이 날 수 있도록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제 답안에 대한 확신과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이따금씩 제 답안도 우수답안으로 선정되기도 해서 논술 공부에 대한 흥미와 희망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뜨거웠던 여름방학이 지나고 무더위가 식어가던 9월, 수능 디데이는 두 자리로 떨어지고 민시영 선생님과 큰 고민 없이 준비해왔던 대로 흔히 말하는 6논술의 수시 원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아직 크게 실감나지 않았고 마냥 멀게만 느껴졌던 경쟁률과 시험 일정이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수능 최저 없이 약 60:1까지 오르고 당장 다음 달에 연세대 논술고사를 코앞에 두게 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싶었습니다. 그동안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고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해 온 친구들이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만 흐르기도 했습니다. 학교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나 전년도 선배들의 입시 결과를 보면 논술 입시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고 그만큼 제 입시 결과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았고 미래가 막연해졌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힘들게 책상에 앉아 꾸역꾸역 공부하다 보니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고, 저는 정규반 그대로 민시영 선생님의 연세대, 성균관대 특강을 들었습니다. 대형 강의실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대학에서 모집하는 인원을 넘어설 것 같은 수의 학생들과 확연히 눈에 띄는 많은 재수·반수생 선배들이 보였습니다. 이미 좋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선배들의 과잠을 보며 제가 힘들게 써내려갔던 답안은 시간 안에 완성하지 못했고 볼품없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렇지만 불안한 만큼 논술 합격의 가능성을 높이고 꼭 성공하겠다는 다짐이 커져 마음을 다잡고 얼마 남지 않은 연세대 논술 시험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부족한 수학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민준호 선생님의 수리 특강을 듣기도 했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시간은 지나고 시험을 일주일 앞두자 직전 파이널 특강이 시작되었습니다. 민시영 선생님을 따라 분당 분원과 대치 본원에서 수업을 들으며 높은 난이도의 논제와 수많은 학생들 속에서 정신없이 연습하다 보니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습니다. 사실 첨삭을 병행하며 글을 쓰자 시간이 부족하여 연습 기간 동안 한번도 답안을 제대로 완성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시험장에서는 다 완성하고 나온다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조금이나마 안심은 하였지만 거쳐야 하는 사고 과정과 글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논제와 유형을 접하려 노력하고 선생님이 주신 자료들을 다 정독하였습니다. 또, 시간을 절약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한 선생님의 방법론과 제가 연습하면서 터득했던 요령들을 최종적으로 매뉴얼화 시켰습니다.

시험 당일, 부모님의 응원과 함께 정말 수많았던 지원자들 속에서 울컥하는 긴장감을 억누르고 논술 시험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마지막 수리 유형 문제의 답안을 쓰는데 시간이 부족하여 식은 땀이 나기도 했지만 계산한 과정과 찾아낸 답을 끝까지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써냈습니다. 감독관님께 답안지를 건네던 덜덜 떨리는 손과 차갑게 식은 손의 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래서 혹시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후배가 이 글을 본다면 본인이 손이 느린 편일 경우, 시간에 맞춰 작성하는 연습을 많이 하길 바랍니다.) 시험장을 나설 때, 후련하면서도 아쉬웠습니다. 마지막 문항을 성에 차지 않게 작성하여 완성하지 못한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험을 보기 전 학원에서 겪었던 논제와 제시문들보다 난이도가 더 낮았기 때문에 체감 난이도를 낮출 수 있어서 답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계속 어려운 문제로 연습시켜 주신 큰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수능, 다른 대학들의 논술 시험 등 많은 중요한 시험들을 치르면서 무겁게 짓누르는 불안감과 앞날이 막막해졌던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정말 힘들었고 아픈 시간이었으나 12월 10일, 논술 시험을 보러갔던 세 대학 모두 합격했음을 알게 되자 정말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떨면서 흘렸던 눈물, 부담감과 아픔 모두 치유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제 인생 첫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안아볼 수 있게 해주신 민시영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논제에 대한 글을 써봤던 첫 정규 S반 수업 걸음마부터, 연세대 직전 파이널 마지막 날 스퍼트 연습까지 열 달동안 모두 선생님과 함께해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 합격 축하를 받은 제자가 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선생님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