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부터 박진규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여러 군데 논술학원을 다녀보곤 했지만, 배경지식을 전달하거나 명고전을 외우는 식의 진행에 시간낭비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속적으로 다닌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박진규 선생님의 수업은 논구술의 핵심이 제시문의 비판적 독해와 심층적 사고력, 그리고 이를 전개해나가는 능력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까닭에 내용 암기식의 이전 학원들과 차별점을 지녔습니다.

방학 중 격주로 진행된 박진규 선생님의 구술 수업에서 저는 제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구술하곤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제 주장과 근거의 핵심을 집어 정리해주셨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저는 제 생각을 정리하여 말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학기가 시작된 이후에 시작된 서울대 논술 대비반에서는 매 수업 시간마다 서울대 기출 및 예시 문제, 그리고 서울대 형식으로 변형한 타학교 문제 등을 실제 시험과 동일한 시간을 두고 쓴 후, 수업을 듣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복하여 논술문을 작성하는 연습을 한 까닭에 시간 배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었고 2500자 논술에 대한 두려움도 점차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논술문을 쓴 직후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까닭에, 쓰는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그 극복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고, 선생님께서 찾을 수 있는 논거를 여러 방면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반복적으로 전달하신 덕분에 자연스레 다른 논제를 접근할 때에도 스스로 항목을 나누어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울대 논술 문제는 분석력이 크게 발휘되는 논제와 창의성이 크게 발휘되는 논제로 나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분석 중심의 문제에서는 평소 성격 탓인지 여러 방면을 작은 부분까지 고려하면서 분석해 내어 좋은 평을 받았던 반면, 호동왕자 문제와 같이 창의성을 크게 발휘할 수 있는 문제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와 같은 제 자신의 약점을 첨삭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선생님들께서 만드신 호동왕자 유형의 연습 논제를 반복 작성하면서 이를 극복하는데 크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실전에서는 제가 자신 있었던 분석 중심 문제가 나와 더욱 자신감 있게 써나갈 수 있었지만, 창의성 중심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자신감 자체를 갖지 못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능과 내신, 그리고 논술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느 정도 자리 잡게 되면서,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가 출제되고 있습니다. 이는 논술과 수능 모두에서 비판적, 심층적 사고력이 작용됨을 의미합니다. 또한 내신의 핵심이 되는 성실성은 논제를 자발적으로 재작성하는 데 바탕이 되고, 언젠가 박진규 선생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리라이팅의 빈도와 논술 실력은 비례합니다. 후배 여러분들도 이 3가지 모두를 잡아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랍니다.